귀농이야기,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로 되돌아가다.

지애춘향 2013. 1. 9. 21:14

    말도 안돼!!!

따뜻했던 어제 하루.

아무일도 없을거란 생각에 하루를 보내었다.

저녁이 되어 수도를 틀어보니 꽁꽁얼었는지 물이 나오질 않는다.

아침에도 씻고 먹고하느라 물을 썼는데 말이다.

부랴부랴 수도국에 신고를 하고 계량기를 열어 확인을 해보니 집안에서 얼어버린게 아닌거다.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상식으론 집밖에서 동파가 생겼을 경우엔 수도국에서 공사책임을 져주는걸로 알고있는것과 달리

오늘아침 다시 알아본결과는 어이없음 이었다.

해줄수 없다는 결과였고 공사하는 사람들을 불러 알아보니 공사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는것이다.

포크레인을 불러 땅을 파야하고 확실하게 어느곳이 동파되었는지 모를경우에는 공사가 클수밖에 없다는것이다.

이거 어쩌나.....

공사비용은 백만원을 넘길것이고 공사또한 커질거란 말에 동네분들과 고심끝에 내린결론은

공사를 하지않고 두달정도를 개울물을 펌프로 프던지 떠다 먹던지 해야겠다는 결론인것이다.

그래서 몇시간을 앞집에가서 물을 길어오고 씻고 세탁할 물은 개울에서 떠다 커다란 통에 가득 담아두었다.

말그대로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 시절에 하시던 방식대로 할수밖에 없단것이다.

나는 개울에 가서 얼음을 깨고 빨래를 해볼까 라는 철부지같은 말을 하였는데 막상 얼음을 깨고

물을 길어오는데 추위가 장난이 아닌것이다.

일월산 항골마을의 추위가 살엄음이라 해도 이렇게 추울줄은 몰랐다.

개울가에 물을뜨니 금새 살얼음이 얼고 살갖을 쓰리게 하는 한파는 최고절정인듯 하다.

천이백고지중 우리마을은 사백오십고지인데 살을 애이는듯한 바람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물이 얼마나 소중하게 필요한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하루였던것 같다.

허긴 일월산 자락을 올라갈라치면 삼월말인데도 하얀눈이 산주변뿐만 아니라 마을길까지도 녹지않아

사륜자동차가 아니면 다닐수가 없음이기도 하니말이다.

다행히 집앞 개울물은 산에서 내려오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고  마르지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내려오는 것이어서  다행이라 여기며 집안에 있는 통마다 가득가득 받아두었다.

오늘부터 우리집은 옛날옛적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로 되돌아갔다.

마을 주변엔 강추위에  먹을것을 찾아 내려오는 노루와 고라니등도 많이 있으니 옛날로 되돌아갔다는말은

틀린말도 아닌셈이다.

저녁무렵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핀다.

방도 뜨끈뜨끈하게 뎁히고 커다란 솥에 물을 가득부어 따뜻한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시간 우리집 구들방은 따끈하게 뎁혀져 있고

인심좋은 이웃에서 저녁초대를 하여 배부르게 먹고 돌아온길이다.

좌충우돌 우리집 겨울 한파는 정겨움과 함께 또 하루가 저물었다.